애니메이션 늑대아이는 늑대 인간과 사람의 사랑이라는 판타지적인 설정으로 시작합니다. 둘 사이에 태어난 두 남매 중 누나인 유키의 나레이션으로 부모의 만남과 사랑, 사별 후 어머니의 삶을 담담하게 그려냅니다. 도쿄 변두리의 한 대학교의 학생인 하나는 단번에 '그'를 알아봅니다. 외로운 사람들끼리는 통하는 게 있었을까요. 집이 가지고 싶은 그와 귀가하는 그에게 따뜻한 인삿말을 전하고 싶은 하나는 작은 집을 서로를 향한 사랑으로 꽉 채웁니다.
서로가 주고 받는 음식 속의 애정
작품 안에서 두 사람의 사랑을 대변하는 2가지의 음식이 나옵니다. 오이다레 야키토리와 꿩우동이 그것입니다.
오이다레 야키토리(美味だれ焼き鳥)
출처: 우에다 관광협회
나가노 현 우에다시의 대표적인 향토음식인 오이다레 야키토리는 하나가 그에게 대접하는 음식입니다. 그는 그런 음식을 처음 보는 듯한 표정으로 받아들지만 맛을 보고 깜짝 놀라지요. 그가 비극적으로 사망한 뒤에도 하나는 종종 그가 남긴 운전면허증 옆에 이 오이다레 야키토리를 놓아둡니다. 흔히 야키토리라고 하면 꼬치에 고기와 야채 등을 꽂아 소스를 발라가며 구운 음식을 말합니다. 하지만 늑대아이에서의 야키토리는 조금 다른데요, 소스를 바르지 않은 구운 꼬치를 소스가 담긴 컵에 깊숙히 담가먹는 방식입니다. '오이다레(美味だれ)' 라는 말은 문자 그대로는 맛있는 소스라는 뜻으로 간장을 베이스로 하여 간 마늘(다진 마늘)을 듬뿍 넣은 특제 소스를 의미합니다.
우에다시의 주민들은 지역의 향토음식인 오이다레 야키토리에 대한 자부심이 굉장한데요, 오이다레라는 말을 동음이의어를 이용해서 우에다 지역 방언으로 친한 사람을 부르는 '오이다레(너희들/여러분)'라는 말을 따와 지역 사람들에게 친숙하고 정겨운 음식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또, '오이다레(追いダレ)', 말 그대로 '소스 추가'를 뜻하는 말을 이용해서 처음부터 소스에 찍혀 나오는 것이 아니라, 취향에 맞춰 나중에 소스를 더 뿌려 먹거나 찍어 먹는 방식임을 강조하기도 합니다. 어찌됐든 이 오이다레 야키토리는 하나가 그에게 주는 사랑의 음식이자 둘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고향과도 같은 음식입니다.
꿩우동(꿩국수)
출처: pheasantfordinner.com
꿩우동(キジうどん)은 임신한 하나가 음식을 잘 먹지 못하자 그가 서툴게 준비하는 음식입니다. 어디서인가 직접 꿩을 잡아와서 정성들여 음식을 만듭니다. 반신반의하던 하나도 따뜻하게 한 그릇을 받아 들지요. 꿩우동도 오이다레 야키토리와 같이 일본의 향토음식 중 하나입니다. 꿩 뼈로 육수를 내어 전골이나 우동 등의 국물로 사용했습니다.
꿩을 이용한 레시피를 보면 뼈를 칼등으로 잘게 부순 뒤, 물과 함께 약한 불에서 최소 2시간 이상 푹 끓인 후 고운 체나 천에 걸러 뼈를 제거해 사용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상당히 품이 많이 드는 요리이지요. 친척 집에서 눈칫밥 먹으면서 자란 후 혼자 살아온 그에게 이건 큰 도전이었을 것 입니다. 아내를 위한 깊은 사랑이 느껴집니다. 돈이 부족한 그들에게 직접 사냥하지 않았다면 꿩고기를 마련하기는 쉽지 않았겠죠. 하지만 이 꿩우동은 그를 죽게 만드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둘째 아이가 태어난 뒤 말없이 사라진 그는 결국 늑대의 모습으로 사고를 당해 돌아오지 못합니다. 죽은 그의 옆에는 꿩의 깃털들이 무수합니다. 아내의 산후조리를 위해 보양식을 또 한 번 준비하고 싶었던 그의 마음이 실현되지 못한 채 흩어집니다.
늑대아이 속 음식이란
애니메이션 늑대아이에서는 이 둘의 안타까운 사랑을 녹여낸 두 음식외에도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나옵니다. 어릴 때 먹보였던 유키와 몸이 약하고 입이 짧은 아메의 이야기를 통해, 혼자 남은 하나가 두 아이를 먹여키우기 위한 노력이 언급됩니다. 인적없는 시골로 이사간 뒤에도 식재료를 보충하고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서 거친 땅을 개간하여 농작물을 키우기도 합니다.
두 아이를 모두 도시와 산으로 출가 아닌 출가를 시킨 뒤 혼자 남은 하나는 여전히 그를 위한 오이다레 야키토리 한 꼬치를 준비합니다. 늑대아이가 이야기하는 사랑은 특별한 능력이나 운명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기 위해 음식을 만들고, 먹이고, 기다리는 평범한 일상 속에 있습니다. 오이다레 야키토리와 꿩우동은 서로를 향한 마음을 대신하는 언어이자 기억입니다. 작품을 다시 본다면 짧은 동화와 같은 그들의 삶 속 함께 나누는 음식에도 한 번쯤 눈여겨 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