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여름이면 떠올려지는 대표적인 영화 중 하나입니다. 눈부시게 펼쳐지는 아름다운 해바라기 꽃밭과 함께 안타까운 이별을 맞이하는 세 사람의 눈물겨운 스토리가 겹쳐져 울고 싶을 때 보고 싶은 영화 중 단연 손꼽을 만합니다.
남편 타쿠미와 아들 유우지는 사랑하는 아내이자 엄마인 미오를 떠나보냅니다. 하지만 미오는 평소에 비의 계절에 다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했습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미오가 그들 앞에 나타납니다. 그들에 대한 기억이 없는 채로.
짧은 꿈같은 일상을 뒤로하고 장마가 끝나면 미오는 돌아가야 합니다. 아들 유우지는 비가 그치질 않길 바라는 소원을 담아 테루테루보즈를 만듭니다.
영화 속 그 인형 무엇일까요?
테루테루보즈(てるてる坊主)는 동그란 머리에 몸체가 있는 단순한 형태의 인형으로, 본래 소풍이나 운동회 전날 맑은 날씨를 기원하며 창가에 매달아 두는 일본의 대표적인 민간 풍습입니다. 티슈나 천으로 머리 부분을 만들어 몸체를 감싼 뒤, 목 부분을 묶어 간단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이 테루테루보즈를 맑은 날씨와 반대, 즉 비가 오기를 기원하기 위해서 거꾸로 매달기도 합니다.
출처: PhotoAC, 작가: ふくだしんご
간절하고 순수한 소원
유우지는 여름이 시작될 무렵, 테루테루보즈를 거꾸로 매답니다. 학교 친구들은 이상한 아이라며 놀렸지만 선생님은 멋지다고 칭찬해주며 그대로 놓아두게 합니다. 엄마를 그리는 마음에 행하는 소박하고도 간절한 행동임을 알고 계셨을 것입니다.
미오는 생전에 유우지에게 종종 동화책을 읽어주었습니다. 사랑하는 이의 곁에 잠시 머물다 결국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야 하는 존재의 이야기, 그 이야기 속 인물처럼 미오 역시 비의 계절에만 머물 수 있는 존재로 돌아왔습니다.
엄마의 말대로 장마가 시작되고 엄마가 돌아오자 얼마나 간절히 엄마가 오래 머물기를 소망했을까요. 돌아오는 것이 엄마가 말한 대로 이루어졌으니, 엄마의 동화책 속 이야기처럼 비가 그치면 엄마가 떠나는 일 또한 일어날 것입니다. 그래서 한 개로 시작한 테루테루보즈는 시간이 흐를수록, 아이의 마음이 간절해질수록 그 개수가 더해갑니다.
테루테루보즈를 똑바로 매달든, 거꾸로 매달든 이것은 실제 기상 현상에는 아무 영향을 주지 못하는 일종의 미신입니다. 하지만 다음 날 비가 그쳐 1년 동안 손꼽아 기다린 운동회가 무사히 개최되길 바라거나, 죽은 엄마가 빗속에서 영원히 내 곁에 있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만은 진실입니다.
장마가 끝나던 날, 유우지가 그토록 지키고 싶어했던 시간도 함께 끝이 납니다. 미오는 약속대로 비와 함께 떠나고, 창가에는 그동안 하나둘 늘어난 테루테루보즈들만 남습니다.
소원이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눈코입을 그리지 않는다거나 거꾸로 매달때는 검은색 천을 이용해야 한다거나 하는 원칙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형형색색의 거꾸로 매달린 테루테루보즈는 어린 아이의 간절하고 순수한 마음을 형상화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