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 켜진 멜버른 스타, 드라마 착오가 기억하는 관람차

넷플릭스 호주 드라마 착오(Glitch) 속 멜버른 스타 관람차의 상징적 의미와, 현실에서 몇 번이고 멈췄다가 다시 돌아온 이 관람차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에디터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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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호주 드라마 착오(Glitch)는 자연 섭리 시스템의 오류로 인해 죽은 사람들이 갑자기 살아 돌아오면서 생기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죽은 자의 부활을 그저 소재로만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기후변화와 생태계의 소멸, 재생성과 연결시키며 3개의 시즌으로 완결되었습니다.

그 중 시즌 3의 두 번째 에피소드 '귀로'를 얘기해보려 합니다. 이 에피소드에서 윌리엄 블랙번은 머릿속을 스친 환영 속에서 거대한 관람차와 한 여성을 봅니다. 그리고 우연히, 환영 속에서 본 여성 밀리와 함께 그곳으로 향합니다. 그 관람차가 바로 멜버른 독랜드(Docklands)의 멜버른 스타(Melbourne Star) 입니다. 그리고 밀리와 함께 있던 환영 속의 장소에서 멜버른 스타의 조명과 함께 도시의 불빛이 깜빡이다 꺼지는 것을 목격합니다. 밀리는 윌리엄에게 우주가 점점 더 빠르게 팽창하고 있고, 그렇게 영원히 늘어날 수는 없으니 언젠가는 찢어질 거라고 이야기합니다. 윌리엄은 자신이 본 환영이 미래였음을 깨닫고, 밀리와의 대화 속에서 돌고 돌아 결국 돌아온 자들이 다시 모두 죽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죽음에서 여러 번 살아 돌아온 윌리엄이, 운행 시간이 지나 멈춘 관람차 앞에 섰다는 것은 지금 돌아보면 꽤 절묘한 장면입니다. 현실의 멜버른 스타야말로 몇 번이고 멈췄다가 돌아온 구조물이니까요.

멜버른 스타의 모습 출처: Chris Phutully from Australia, CC BY 2.0, via Wikimedia Commons

멜버른 스타의 흥망

멜버른 스타는 2008년 12월, 예정보다 2년 늦게 문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겨우 40일 만에 운행을 멈췄습니다. 강철 구조에서 균열이 발견됐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 관람차는 5년 가까이 서 있기만 하다가 2013년 12월 23일에야 다시 돌기 시작했습니다. 멜버른 스타의 구조를 살펴보면 높이는 120m, 바큇살은 일곱 개입니다. 이는 호주 국기에 그려진 7개의 꼭지를 가진 별을 본뜬 디자인입니다.

한 바퀴를 도는 데 약 30분이 걸리고, 밤이면 독랜드 하늘에 커다란 빛의 원을 그렸습니다. 그러다 2021년 9월, 운영사는 영구 운행 중단을 선언합니다.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관광객이 끊긴 데다, 주변에 고층 건물이 들어서며 전망까지 가려진 탓이었습니다. 이 드라마가 방영될 당시에는 멜버른 스타가 아직 운영 중이었지만, 윌리엄이 도착했을 때는 밤늦은 시간이라 탑승은 제한되었습니다. 하지만 밤하늘을 밝게 비추는 조명은 그대로 켜져 있었습니다.

멜버른 스타의 추억

드라마 착오를 보고 멜버른 스타에 대한 강렬한 인상이 남았습니다. 그래서 2023년 호주를 여행하게 되었을 때, 운행이 중단된 것을 알면서도 멜버른 스타를 찾았습니다. 관광객도 없고, 주변 상가도 거의 문을 닫아 쓸쓸한 분위기마저 느껴졌지만, 그래도 너무 커서 카메라로 한 화면에 다 담기 어려운 크기의 멜버른 스타에 압도되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자리에서 드라마 착오를 떠올린 것은 물론입니다. 과거에 태어나 이런 대형 구조물을 본 적이 없는 윌리엄은 그 앞에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그저 스쳐지나간 환영의 실마리를 찾기만을 바랐을까요.

또한 멜버른 스타가 서 있는 독랜드는 이름 그대로 한때 멜버른의 부두였던 곳입니다. 화물선이 커지고 항만 기능이 다른 곳으로 옮겨가면서 오랫동안 비어 있었고, 1990년대 말부터 지금의 모습으로 다시 개발되었습니다. 멜버른 스타만 멈췄다 돌아온 게 아니라, 이 동네 자체가 잊혔다가 되살아난 땅인 셈입니다.

멜버른 독랜드의 전경 출처: John Torcasio, CC BY-SA 4.0, via Wikimedia Commons

멜버른 스타, 재개를 준비하다

그러나 '영구 폐쇄'라는 선언도 영원하지는 않았습니다. 새 운영진이 들어섰고, 모터와 제어 시스템을 손보는 긴 복원 작업이 이어졌습니다. 멜버른 스타에 부활의 기회가 생긴 것입니다. 그리고 2026년 7월 30일 저녁, 약 5년 만에 멜버른 스타에 다시 불이 들어왔습니다. 약 4km에 달하는 새 LED가 풀컬러로 바퀴를 물들였고, 독랜드에는 많은 사람이 모여 다시 돌아온 멜버른 스타를 축하했습니다. 그리고 2026년 하반기 재개장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돌아오는 길

드라마 착오는 돌아온 자들에게 결국 다시 떠날 것을 요구했습니다. 세상의 균형을 위해, 머무는 것은 허락되지 않는 일이었으니까요. 하지만 현실의 멜버른 스타에게는 한 번 더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윌리엄이 멈춰 선 관람차 앞에서 세상의 끝을 보았다면, 2026년의 멜버른 사람들은 다시 켜진 불빛 아래서 새로운 시작을 보고 있습니다.

이 에피소드의 원제는 'Quintessence'입니다. 본질, 정수라는 뜻이지만, 우주론에서는 우주를 점점 빠르게 밀어내는 암흑 에너지를 설명하는 이름이기도 합니다. 원제가 점점 멀어져 가는 우주를 가리킨다면, 한국어 제목은 다시 돌아오는 길을 향합니다. 떠나는 것으로 끝나게 된 이야기가 현실에서는 다시 돌아오는 것으로 이어진 셈입니다. 그 사이에 멜버른 스타가 서 있습니다.

인용 출처

  1. Melbourne Star lights up Docklands again – Docklands News
  2. Melbourne Star lights up again this week – Melbourning
  3. Mother-daughter duo to reignite light at Melbourne's dormant Star – ABC News
  4. Melbourne Star Reopening 2026 – Havenly Escape
  5. Melbourne Star – Wikipedia
  6. Glitch Season 3 Episode 2 Recap – Reel Mock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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