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면 떠오르는 영화 중에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여름 날 한 소년이 아버지의 조수를 만나며 겪는 첫사랑의 열병을 그린 영화입니다. 이탈리아 북부의 한여름, 싱그러우면서도 은밀한 시골 마을 저택에서 만난 엘리오와 올리버는 평생 잊지못할 6주를 함께 보냅니다. 원작 소설의 배경은 이탈리아의 한 해안가 마을로 설정이 되었지만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는 영화의 주요 촬영지를 본인의 거주지와 가까운 크레마 인근의 롬바르디아 내륙으로 옮겨왔습니다.

엘리오만의 장소
엘리오는 여름과 크리스마스 시즌에만 머무는 가족별장에서 올리버를 처음 만납니다. 아버지의 말처럼 서로를 알아본 행운에도 불구하고 둘은 쉽게 마음을 내비치지 못하고 곁을 빙빙 돌기만 하며 시간을 낭비합니다.
그러다가 처음으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던 광장을 지나 자전거로 한참이나 달려 들어간 비밀스러운 샘에 도착합니다. 한여름에도 알프스 산맥에 내려오는 물줄기 덕에 얼어붙을 듯이 차가운 수온을 지니고 있는 그 곳은 엘리오만의 비밀 장소이기도 했습니다.
나만의 장소라고 단언하며 이곳에서 얼마나 많은 책을 읽었는지 모른다고 얘기하는 모습에서, 우리는 엘리오가 올리버를 자신의 깊숙한 곳에 들여놓기로 마음먹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비밀의 샘, 폰타닐레(Fontanile)
엘리오와 올리버가 처음으로 육체적인 접촉을 함과 동시에 사랑을 확인하는 장소인 이 비밀스러운 샘의 정체는 사실 폰타닐레 라고 부르는 인공 샘입니다. 영화에서는 엘리오가 이 물을 알피 오로비에에서 바로 내려온 물이라고 말했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렸습니다.
폰타닐레는 자연적으로 분출되어 평원의 넓은 지역을 침수시키는 용천수를 가두어 물을 배수함으로써, 토지를 개간하고 농경에 적합한 상태로 만들기 위해 설치한 일종의 웅덩이를 뜻하기 때문입니다.
이 아름다운 촬영 장소인 Fontanile Quarantina는 실용적인 농업 용수 공급 장치로서의 기능은 크게 줄어, 현재는 생태계 보전 구역이자 영화 촬영지 및 자연 탐방 중심의 관광지로 자리 잡았습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촬영지인 이곳을 성지순례처럼 방문하곤 합니다.
출처: Wikimedia Commons (Photo by Mannivu / CC BY-SA 4.0)
감정의 온도
영화에서는 한여름이라는 계절적 배경에 걸맞게 물이 많이 등장합니다. 수영장, 샘, 호수와 폭포는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두 사람의 관계가 변화하는 순간마다 화면을 채웁니다. 남몰래 그를 관찰하던 날도, 고백을 하던 날도, 함께 밤을 지낸 새벽에도 그리고 마지막을 함께 하는 이별 여행에서도 항상 물이 등장합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절제된 감정들이 잔잔하면서도 넓고, 또 때로는 시끄러운 소리로 그들과 함께하는 듯 합니다.
폰타닐레는 수정처럼 맑고, 계절과 상관없이 10°C–16°C의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며, 연간 온도 변화는 5°C–6°C를 거의 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엘리오의 올리버에 대한 마음도 이와 같을 것입니다. 나이와 성별, 거리라는 장벽을 넘어 '특별한 우정'을 가지게 된 이 둘은 뜨겁고 나른한 한여름이든 눈이 소복하게 쌓이는 한겨울이든 언제나 변치 않는 마음을 유지할 것만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