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애니메이션 '코타로는 1인가구' 속 코타로는 이사 당일 이웃에 돌릴 선물로 고급 티슈를 선택합니다. 그때 뿐 아니라 평소에 본인이 사용할 티슈도 가성비 제품보다는 성분표를 꼼꼼히 확인하면서 티슈 고르는 것에 신중을 기합니다. 언뜻 그저 조금 까다롭고 유별난 취향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코타로의 이 티슈 선택의 이유는 큰 충격을 줍니다.
출처: Copyright. Liden Films
코타로가 고급 티슈를 고르는 이유
코타로는 또래 친구들이 열광하는 캐릭터 티슈 대신, 굳이 값비싼 보습 티슈만을 고집합니다. 좋은 성분이 들어 있어 촉감이 부드럽고 향기가 날 뿐만 아니라, 입에 닿았을 때 "달콤하다"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언뜻 까다롭고 유별난 취향처럼 보이지만, 작품은 방임 경험자의 인터뷰를 통해 진실을 드러냅니다. 코타로가 과거 허기를 달래기 위해 티슈를 먹었으며, 그때의 기억을 바탕으로 '달콤한' 티슈를 고른다는 사실입니다.
실제로 일부 고급 보습 티슈는 피부 마찰을 줄이기 위해 첨가된 글리세린이나 소르비톨 등의 성분 때문에 혀끝에 미세한 단맛이 돌기도 합니다. 코타로에게 이 달콤함은 사치스러운 취향이 아니라, 가혹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체득해야만 했던 생존의 감각이었던 셈입니다.
먹지 못해 먹는 것들, 이식증(Pica)
의학계에서는 음식이 아닌 물질을 반복적으로 섭취하는 행위를 정신,행동장애인 이식증이라고 부릅니다. 육아 방임 환경에 있는 아동에게서 볼 수 있는 '이식증(또는 이식 행동)'은 극한 상태의 굶주림을 버티기 위한 것 뿐만 아니라, 부모의 사랑 부족이나 고립으로 인한 강한 스트레스를 완화하기 위한 '자기 진정(Self-soothing)'의 수단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주변에 있는 종이나 티슈, 의류 등을 입에 넣고 씹음으로써 불안을 달래는 케이스가 아동상담소 등의 현장에서 보고되고 있습니다.
아동방임이 남긴 단서
1인가구 코타로는 일상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에피소드 속에서 코타로의 과거에 대해 추측할 수 있는 단서를 내비칩니다. 엄마가 돌아올 것을 대비해서 엄마가 본인을 만질 때 필요할 비닐장갑을 준비해놓는 장면에서도 이들 부모 자식간의 스킨십이 결코 평범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추측컨대 코타로는 부모가 장기간 돌아오지 않거나 식사를 챙겨주지 않는 상황에서 생존을 위한 방법으로 티슈를 먹었을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좀 더 맛있는 티슈에 대한 기준이 생겼을 것입니다.
다시 찾은 평범한 식사
친절한 마트 직원과 코타로는 신상품 티슈나 서로 추천한 티슈에 대한 소감을 즐겁게 나눕니다. 친구들 역시 '코타로는 캐릭터 티슈 대신 우리 아빠가 쓸 법한 티슈를 쓰네.' 하고 고개를 갸웃할 뿐입니다. 하지만 이웃집 카리노는 코타로의 말과 행동을 늘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TV 인터뷰를 보는 순간, 그 이야기를 코타로의 과거와 바로 연결 지을 수 있었습니다. 카리노는 담담하게 "이제 더 이상 티슈를 먹을 일은 없잖아."라고 말하며, 자신이 사용하는 저렴한 티슈를 권합니다. 코타로에게 중요한 것은 비싼 티슈가 아니라, 더 이상 티슈를 먹지 않아도 되는 지금의 삶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속적으로 공복을 호소하거나 비정상적인 식욕을 보이는 모습은 가정에서 정상적인 식사가 제공되지 않고 있음을 시사하는 중요한 신호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징후는 아동 방임을 조기에 발견하고 개입하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카리노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의 따뜻한 관심과 사랑 속에서 코타로는 조금씩 행복을 되찾아 갈 것입니다. 반찬을 잔뜩 차려놓지 않아도, 성분 좋은 티슈를 준비하지 않아도 괜찮을 날들이 늘어갈 것입니다. 코타로가 그저 배부르게 식사를 하고, 평범하고 일상적인 하루를 보내는 삶을 이어가기를 바랍니다.